배터리 양산에 실패한 사례들
세계 속에 배터리 제조사를 3개나 가지고 있다는 것이 얼마나 자랑스러운 일인지 모릅니다.
배터리라고 해도 그냥 제조업 중에 하나 아닌가?
일부 사람들은 이렇게 폄하할지 모르지만 안정성과 제품 특성 확보를 위한 기술적 우위와 제조원가 확보를 위한 제조능력은 여타 회사들도 따라오지 못하는 한국기업들만의 경쟁력이라 하겠습니다.
오늘은 세계의 내노라하는 회사들 중 배터리 양산 도전과 실패의 역사를 살펴보려 합니다.
1. 다임러 (독일)
최고의 자동차회사인 다임러가 전기자동차용 배터리 자체 양산을 포기한 이유가 궁금하신가요?
아마도 다임러가 배터리를 내재화 할 수 있었다면 지금 독일의 전기차 수준 역시 한 단계 상승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다임러는 2008년 배터리 제조사인 에보닉과 리텍(Li-Tec)이라는 합작사를 설립하고 독일 동부 드레스덴 인근에 공장을 운영했습니다. 일정 부분 생산진행을 했었고 다임러의 소형차량인 스마트 포투에 들어가는 배터리를 공급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경쟁사와의 성능 경쟁에 뒤쳐졌고, 투입돼야 하는 개발비용은 막대했기 때문에 사업 확장에 한계를 느끼고 사업을 2014년 말 포기했습니다.
2. 보쉬 (독일)
보쉬의 배터리사업은 삼성SDI와의 협력에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2008년부터 2012년까지 삼성 SDI와 배터리 합작사 관계를 이어오다 독자 사업을 위해 결별한 뒤 자체적인 개발과 생산을 진행하고자 했습니다. 2030년까지 전기차 배터리 시장의 20%를 목표로 하는 구체적인 방향을 설정하고, 투자를 지속했습니다.
그러나 배터리 시장에 있어서 신규업체가 진입하기에는 많은 무리가 있었다는 것을 깨닫는데는 사실 얼마 걸리지 않았습니다. 역동적인 배터리 시장을 고려할 때 지속적인 투자가 성과로 이어질 지에 대해서는 미지수였기 때문입니다. 불확실한 미래를 위해서 천문학적인 투자를 진행하기보다 배터리 제조사들과의 협력을 택한 것이죠.
자동차 대국인 독일입장으로서는 아시아의 배터리 제조사들을 견제할 목적으로라도 보쉬가 배터리 사업을 이어가 주기를 바랐는지 모르겠습니다만 결국에는 희망으로 남고 말았습니다.
2015년 미국의 전고체 배터리 스타트업인 시오(Seeo)의 매각 및 매년 5억 유로(6600억)을 투자했던 배터리 개발을 중단하기로 결정함으로써 그 막이 내리게 되었습니다.
3. 닛산 (일본)
닛산은 일본의 NEC와 ASEC라는 배터리 합작사를 운영했습니다. 초기 전기차로 유명한 닛산의 리프에 탑재할 목적으로 활발한 개발과 투자를 진행했으나, 성능이나 가격적인 경쟁력이 부족한 탓이었던지 공급할 수 있는 납품처가 매우 한정적이었고 결국 2019년 중국의 사모펀드 GSR캐피털에 합작사의 운영권을 넘기게 되었습니다.
닛산은 AESC가 전기차 시장을 선도하는데 중요한 파트너 역할을 했다는 위안으로 아쉬움을 달래는 모양새입니다.
배터리 제조사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경쟁력 있는 기술력과 제조능력을 바탕으로 규모의 경제를 확보하지 않을 경우 양산을 지속할 수 없습니다. 현재 LG엔솔과 SK이노베이션 등이 과감한 투자를 지속하며 수주 물량을 확보하는 이유가 그것입니다.
세계적으로 전기차의 수요가 증가하면서 동시에 배터리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지만 확실한 고객기반의 전문제조사가 아니라면 사업을 지속하기 힘들다는 반증입니다.
메이저와 스타트업을 포함한 전기차 업체들이 자체 배터리라인을 내재화하고자 하려는 전략을 수립한 상태이지만, 오히려 배터리 전문업체와의 협업이 더욱 현명한 판단일지 모르겠습니다.